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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강연 소개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2)

by exciTED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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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2)


데이비드 윌리엄 교수는 TEDMED 2016에서 '인종차별이 우리를 어떻게 역겹게 하는가'에 대해서 발표하였는데요, 김승섭 고려대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눈 '차별'에 대한 대담이 한겨레 지면에 소개되었습니다. 두 분은 인종차별에 대해 대담을 가졌는데요,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님은 TEDMED에서 강연을 하신적이 있지요. 기사를 간단히 공유하고, 다음에는 교수님의 강연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이 포스팅은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1), (2), (3)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1) 확인하기



[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①-1 인종차별은 왜 일어나는가

김승섭 고려대 교수,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 대담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동을 비위생적인 곳으로 보도한 <헤럴드경제> 기사가 비판을 샀다. 중국동포에 대한 막연한 혐오를 확산한 이 기사는 대림동 주민들에게 폭력이었다. 사회역학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오랫동안 차별의 폭력과 맞서 싸운 석학들과 만나 대담을 했다. 이들은 모두 소수자 당사자이면서 관련 연구에서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이룬 학자들이다. 첫 주인공은 인종차별 연구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다. 인구가 10만명 안팎인 카리브해 아루바섬에서 태어나 미국으로이주한 그는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흑인 사회과학자로 선정됐다. 그는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 때 더 쉽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승섭 : 한국의 인종차별 문제에는 독특한 쟁점이 있다. 중국동포나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한국인과 외형적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인종처럼 취급받는다. 영화나 언론은 그들을 범죄자나 돈벌레 등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한국에 거주하는 80만명의 중국동포와 3만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은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된다.


데이비드 윌리엄스(이하 윌리엄스) : 브라질의 상파울로에는 수십년전 일본인이 만든 대규모 일본인 공동체가 있다. 그 곳에서 태어난 일본인 부모의 자식들이 그 공동체에서 성장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서 겪은 차별에 대한 연구가 있다. 그 결과는 당신이 말한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 또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흑인이 흑인에게 차별을 받았을 때 가해자가 백인인 경우보다 정신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차별을 받게 되면 사회적인 표준을 어길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더 크게 상처받는다.


김승섭 : 한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도 심각한 나라다. 여러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식을 측정하는 ‘세계가치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30% 가까이가 다른 인종과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은 이 응답이 5%에 그친다.


윌리엄스 : 미국에서도 인종에 대한 태도는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 1940~1960년대 조사를 보면, 매우 적극적으로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1970~1980년대를 거치며 그 비율이 많이 줄었다. 이제 90%가 넘는 미국인이 능력만 있다면 인종과 상관없이 거주지를 정하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에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 그 사회가 평등한지는 다른 문제다. ‘원칙 실행의 간극’(principle implementation gap)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흑인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95% 넘는 사람이 ‘그렇다’고 답하지만 집주인이 상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을 팔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65%만 ‘그렇다’고 답한다. 주거 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인종 차별 금지 원칙에 찬성하는 것과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 사이에는 대부분 30%가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김승섭 : 2018년 제주도에는 500여명의 예멘인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담을 쌓은 것과 비슷한 사회적 편견이 한국에도 있었다. 결국 단 2명의 예멘인만이 난민 자격을 얻었다. 문제는 이처럼 난민이나 이주민을 배제하는 정책이 특정 집단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 미국 역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882년 미국 의회는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를 통과시켰다. 중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법이다. 당시 중국인들은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을 잇는 철도 건설을 위해 미국에 와 있었는데, 이 법 때문에 낙인과 차별에 노출됐다. 20세기에도 그러한 사례가 여럿 있다. 1930~1940년대엔 멕시코계 미국인을 국외로 강제추방했던 역사가 있고, 태평양 전쟁 때에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미국을 배신할 것이라고 판단해 감옥에 수감했던 역사도 있다. 한 사회의 기득권이 소수자 집단을 자신의 이익을 빼앗는다고 여기면서 낙인찍고 희생양으로 삼는 사례는 흔하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과 트럼프에게 투표한 미국인에게는 ‘반이민자 정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브렉시트 투표 때 나는 영국에 있었다. 그 뒤 미국에 돌아온 나는 동료들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사람들 중 다수가 영국에 있는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이민자 때문이라는 비현실적인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니 이민자를 영국에서 제거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회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인데도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민자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는 집단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구의 거의 50%가 이민자인 런던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한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낮게 나왔다. 이민자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일수록 그들이 끔찍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와 대담을 마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승섭 교수 제공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와 대담을 마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승섭 교수 제공


김승섭 : 당신은 인종차별 경험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설문지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일상에서 누구를 만나 차별을 경험하는지 측정하는 그 설문은 세계적으로 인종차별과 건강 연구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단단한 학술연구 영역으로 자리 잡았지만, 당신이 이 연구에 뛰어들 때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윌리엄스 : 그동안 사람들은 인종간 건강 불평등은 직업, 임금, 교육 때문일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세 가지가 비슷한 경우에도 인종에 따라 건강 상태에서 심각하게 차이를 보였다. 물론 당시도 인종이 이런 불평등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란 주장이 있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근거가 없었다. 따라서 인종차별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립암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서, 한 백인 연구자가 인종차별이 중요한 주제지만 그런 예민한 사회적 경험을 측정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설문지를 반드시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뒤 네덜란드 사회학자인 필로메나 에서트의 흑인 이민자 연구 등을 참고해 인종차별이 경찰에게 부당하게 검문을 당하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은 큰 사건뿐 아니라, 일상에서 상대방에게 무례한 대우를 받거나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작은 경험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설문지를 만들 수 있었다.


김승섭 : 그 설문과 함께 당신이 차별 연구에 기여한 중요한 성과는 ‘강화된 경계심 설문’을 개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차별을 두고 특정한 경험이나 이벤트라고 생각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차별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따로 떨어진 이벤트가 아니라 연속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소수자들은 차별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위와 무관하게 무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고 그 긴장은 삶을 지배한다. 나는 이 이론이 일반적인 차별에 대한 연구와 다른 독자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윌리엄스 : ‘강화된 경계심 측정’ 설문지로 실제 차별 경험이 아니라 차별을 경험할 것 같다는 우려만으로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가령 집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오늘 어떤 일을 당할지 걱정하고 무시나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등의 스트레스가 삶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설문지로 인해 1990년대 중반 내가 가졌던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당시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정해진 시간마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 낮 시간에 젊고 건강한 흑인과 백인의 혈압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밤에 잠을 잘 때면 백인의 혈압 감소폭이 흑인보다 더 컸다. 밤에도 흑인의 혈압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마치 잠이 들었을 때도 온전히 긴장을 놓지 못하고 한쪽 눈을 뜨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에는 낮에 차별을 경험한 흑인들의 경우 밤에도 혈압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차별적인 환경은 삶의 모든 시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3)으로 계속됩니다.


*대담 기사보기 => https://bit.ly/39SF1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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