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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강연 소개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3)

by exciTED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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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3)


데이비드 윌리엄 교수는 TEDMED 2016에서 '인종차별이 우리를 어떻게 역겹게 하는가'에 대해서 발표하였는데요, 김승섭 고려대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눈 '차별'에 대한 대담이 한겨레 지면에 소개되었습니다. 두 분은 인종차별에 대해 대담을 가졌는데요,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님은 TEDMED에서 강연을 하신적이 있지요. 기사를 간단히 공유하고, 다음에는 교수님의 강연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이 포스팅은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1), (2), (3)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1) 확인하기

'절대 차별한 적 없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행동' (2) 확인하기




[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①-1 인종차별은 왜 일어나는가

김승섭 고려대 교수, 데이비드 윌리엄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 대담


김승섭 : 차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최근 연구에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스스로는 절대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는 연구들이다. 응급실에서 인종에 따라 진통제 처방을 다르게 한다는 결과가 이미 여러차례 발표됐다.


윌리엄스 : 미국 의회가 국립의학학술원에 인종에 따른 의료서비스 차별을 연구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2002년 관련 보고서가 출판됐다. 보험 등 경제적 이유를 제외한 환자들의 차별 경험을 연구한 200편에 가까운 논문을 검토한 것이다. 그 결과 인종에 따라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이 크게 달랐다. 이것은 단순히 의사의 편견 문제라기보다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의 문제다. 우리는 특정한 문화에 영향을 받아 자라면서 어떤 것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도록 배운다.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이 배워온 것에 따라 그 사람의 인종, 성별, 키, 나이 등 일차 정보를 긍정적·부정적 범주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흑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가진 문화에서 자란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흑인을 부정적 범주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다. 존스 홉킨스의 리사 쿠퍼는 의료인의 진료 과정을 녹화한 뒤 연구자들에게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의사소통 수준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의료진 자신이 편견을 가진 특정한 범주의 환자와는 의사소통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타인을 범주화시켜 이해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보처리 과정인데, 당신이 성장한 공동체의 환경에 따라 타인에 대한 편견이 무의식에 깊게 새겨질 수 있다. 당신이 흑인이라면 흑인에게는 편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지만 동성애자나 뚱뚱한 사람, 노인이나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차별하게 된다.


김승섭 : 당신은 한 강연에서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숨지게 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당신의 관점을 두고 당신이 경찰폭력에 대해 너그러운 관점을 가진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윌리엄스 : 미국의 일부 지역에는 흑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있다. 이런 고정관념은 별다른 생각을 할 여유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찰은 눈 앞에 있는 흑인이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총을 쏘는 과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백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면 지갑이라고 인식하지만 흑인의 경우는 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이런 무의식에 깊게 내재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문화를 바꾸어낼 수 있는가다.

김승섭 : 제도적 차별은 법률로 막을 수 있고, 일대일 관계에서 누군가를 차별하는 행동은 혐오발언 규제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적 행동으로 드러나는 무의식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윌리엄스 :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 때 더 쉽게 나타난다. ‘반고정관념 이미지’(counter stereotype image)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당신이 만약에 모든 여성은 연약하다고 생각한다면, 저녁에 잠들기 전 강한 여성은 어떤 모습일지 여러번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대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가진 대상을 계속해서 직접 만나 관계를 맺는 것 역시 내재적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에 존재하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미디어를 이용해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을 매우 매력적으로 그릴 때, 동성애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승섭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의 대담김승섭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의 대담


김승섭 : 공동체에 생겨난 차별과 폭력의 경험은 그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2018년 공저자로 출판한 논문에는 비무장 흑인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을 때, 그 사건이 벌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정신건강이 3개월 동안 악화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직접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가족이 아니어도, 몸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윌리엄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장한 흑인이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경우에는 인근 흑인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직 비무장 흑인의 경우, 다시 말해 살해가 정당화할 수 없는 사건에서만 그런 효과가 나타났다. 난 텔레비전을 통해 그런 사건을 목격하면 위협을 느낀다. 내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더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김승섭 :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은 테드(TED) 강연에서 스스로를 소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낳은 ‘아기’라고 말한다.


윌리엄스 : 내가 박사 과정을 밟았던 미시간 대학은 당시 사회학 분야에서 ‘톱3’ 대학 중 하나였다. 하지만 등록금이 매우 비쌌고 이민자였던 나는 돈이 없었다. 그때 ‘소수자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과 생활비로 쓸 수 있었다. 그 장학금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김승섭 : 적극적 우대정책에 대한 인식은 한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시골 거주 학생에게 대학 입학 가산점을 주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며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 각 개인이 성장한 환경과 역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타당한 것일 수도 있다. 공정을 논하기 위해서는 그런 맥락을 고려하는 게 필수적인데 기득권인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사고하지 하지 않는다.


윌리엄스 : 가난해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과 전문적인 코치에게 훈련받고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두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달리기를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동등한 기회라 부를 수 있나. 플라톤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적극적 우대정책이 없다면 불평등이 계속 유지된다. ‘적극적 우대정책’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무대에 서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미국에서 적극적 우대정책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정책이 소수 인종만을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실은 여성을 위한 정책이기도 했으며 실제 이 정책은 여성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1965년 의과대학 입학생 중 7%만이 여성이었다면, 이제는 50%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의과대학 입학생 중 흑인은 3%에서 6%로 느는 데 그쳤다. 적극적 우대정책으로 혜택을 받은 여성의 대다수는 백인이었고, 결과적으로 백인들이 그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기회의 문이 열렸을 때, 백인들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더 나은 조건에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그 문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적극적 우대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백인이다. 그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았음에도 이 정책이 인종적 소수자를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반대하는 것이다.


김승섭 :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한 사회가 차별과 배제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적극적 우대정책처럼 차별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에 벽을 세우는 것처럼 집단 간 경계를 강화하면서 소수자 집단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후자처럼 이주민과 같은 소수자를 배제하는 정책은 이미 그 사회에 자리잡은 주류집단에게는 실제로 이득이 될 수 있고, 그것이 트럼프의 정책이 특정 계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전자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윌리엄스 :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여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왔다. 문제는 몇몇 정치 지도자들이 혐오와 공포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나쁜 정치를 하는 것이다. 타인을 두려워하거나 미워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보호본능이 강해지고 외부에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고 다치게 된다. 물론 설득은 어렵다. 나에게도 이것은 큰 도전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김승섭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김승섭 교수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


*대담 기사보기 => https://bit.ly/39SF1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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